드라마 < 한 사람만 >
끝에서 피어나는 시작 <한 사람만>, 가장 찬란한 마지막을 위해
“끝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 시작은 찾아왔다.”
JTBC 드라마 <한 사람만>은 제목부터 여운이 깊다.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호스피스 병원, 그리고 그 안에서 시작된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과 사건. 이 드라마는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죽음을 향해 걷고 있는 인물들이 마지막 순간, 인생에서 '진짜 한 사람'을 만나 변화해 가는 과정을 담은 휴먼 멜로 드라마다. 삶의 끝에서 만난 사람과 함께, 비로소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 <한 사람만>은 이 모순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끝의 시작”이라는 역설적 아름다움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매우 명확하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상실을 통해 관계를 돌아보며,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말하고자 했다. 그 중심에는 “과연 한 사람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한가?”라는 질문이 자리한다.
주인공 표인숙(안은진 분)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여자다. 그러나 암 선고를 받으며 그녀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죽음을 준비하는 병원에서 ‘한 사람만 데리고 갈 거야’라고 다짐한 그녀는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고, 그 속에서 만난 남자 민우천(김경남 분)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진짜 인생이 보인다"는 메시지를 아주 정제된 언어와 연출로 풀어낸다. 그것은 결코 무겁거나 어둡지만은 않다. 오히려 찬란하게, 담담하게, 아름답게 다가온다. 죽음은 끝이지만, 또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만남, 특별한 감정의 흐름
<한 사람만>은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세 명의 여자 — 표인숙, 강세연(강예원 분), 성미도(박수영/레드벨벳 조이 분) — 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은 각각 다른 상처와 삶의 무게를 안고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지만,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다.
이 중에서도 인숙과 민우천의 관계는 드라마의 중심축이다. 민우천은 삶의 밑바닥에서 고통스러운 과거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물로, 자신에게도 희망은 없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숙을 만나면서 그는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게 되고, 인숙 또한 그를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아닌, ‘살고 싶은’ 삶을 비로소 꿈꾸게 된다.
이처럼 <한 사람만>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한 사람만 있으면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감정의 복원을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자, 처음이 되는 관계. 그 무게감은 말보다 침묵 속에서, 눈빛과 행동에서 더 깊이 전달된다.
휴먼, 멜로,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휴먼 드라마를 바탕으로 멜로와 미스터리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건의 퍼즐을 맞추게 되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너무도 절절하다.
또한 호스피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만큼, 주변 인물들의 사연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고통, 후회, 사랑, 화해의 과정이 에피소드마다 촘촘하게 녹아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누군가를 용서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연출 또한 과하지 않다. 슬픔을 부각하기보다는 잔잔한 음악과 여백의 미를 살려, 시청자 스스로 감정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인숙과 민우천이 함께 보내는 조용한 순간들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무엇을 느끼게 하느냐’에 더 중점을 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살아간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묻다
드라마 <한 사람만>은 한마디로 “살아 있음”에 대해 묻는 이야기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진짜 삶’을 고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역설은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누구나 인생에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마음 깊이 연결된 인연이 있다면, 그 인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표인숙과 민우천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출발했지만, 그 끝은 분명 희망이었다. 아니, 어쩌면 끝은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 속에서 ‘한 사람만’이 되어주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그게 바로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따뜻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