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이쿠키〉
“한입만 깨물어도… 너의 꿈은 현실이 된다.”
“한 입이면 충분해. 단, 대가는 네가 감당해야 해.”
요즘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 그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은유하고, 사회의 병폐를 드러내며, 시청자에게 일종의 자극과 질문을 던지죠. 2023년 공개된 드라마 **〈하이쿠키〉**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꿈을 이뤄주는 쿠키가 있다면, 당신은 한 입 깨물겠습니까?’라는 기묘한 물음에서 출발한 이 드라마는, 단순한 하이틴 스릴러를 넘어, 욕망, 윤리, 선택과 책임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던지는 수작입니다.
“단맛에 취한 사회, 그 끝은 어디인가?”
드라마 〈하이쿠키〉는 '하이틴 판타지 스릴러'라는 장르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사회의 병리와 개인의 윤리적 갈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극 중 배경은 상위 1% 엘리트만 모이는 명문 고등학교. 대한민국에서도 극도로 제한된 자원(즉, 좋은 대학과 직업)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바로 그 공간이죠.
이러한 곳에 나타난 ‘하이쿠키’는 꿈을 이뤄주는 마약 같은 존재입니다. 먹는 순간 시험 점수는 올라가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며, 부모의 기대를 단번에 충족시킬 수 있죠. 그러나 그 쿠키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환각, 중독, 정신 붕괴, 심지어 죽음까지… 단맛 뒤에 숨겨진 뒷면은 상상을 초월하죠.
기획의도는 단순합니다.
"당신이라면, 그 쿠키를 먹겠습니까?"
이 단순한 질문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경쟁 사회의 민낯이 숨어 있습니다. 남보다 뒤처지면 낙오자로 낙인찍히는 세상, 오직 결과만으로 평가받는 현실, 청소년조차 욕망과 불안을 짊어진 채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지금. 그 속에서 드라마는 하이쿠키라는 ‘달콤한 악마’를 통해 우리 사회의 도덕적 구멍과 개인의 선택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쿠키, 욕망의 은유
‘하이쿠키’는 그저 판타지적 장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사회적 성공에 대한 갈망의 은유입니다.
누구나 쉽게 유혹당할 수 있는 욕망,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라도 이루고 싶은 꿈. 하지만 드라마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대가 없는 욕망은 없다”는 메시지를 통해 쿠키의 위험성과 사회적 탐욕의 결과를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하이쿠키의 중독성을 묘사하는 장면은, 현실의 학업 중독, 입시 경쟁, 약물 남용 등과 맞닿아 있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한 공감을 유도합니다.
자매 이야기 – 희생과 성장의 서사
이야기의 주인공은 평범한 제과 공장 직원이자 언니인 최수영(배우 남지현 분). 언니 수영은 우연히 동생이 하이쿠키에 손을 댄 사실을 알게 되고, 위험에 빠진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녀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위험 속으로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능동적 영웅’**으로 그려집니다.
수영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쿠키의 비밀을 파헤치며 스스로 성장합니다. 이 과정은 자매 간의 끈끈한 사랑은 물론, 개인이 어떻게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사로 연결되죠.
명대사로 보는 〈하이쿠키〉의 세계관
드라마에는 상징적이고 날카로운 대사들이 가득합니다. 몇 가지 인상 깊은 명대사를 소개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1. “꿈을 이룰 수 있어요. 단 한 입이면 돼요.”
- 하이쿠키 딜러
→ 유혹의 시작. 현실에 찌든 학생들과 학부모를 향한 가장 달콤하고 위험한 유혹입니다. 이는 단지 쿠키가 아닌, ‘편법’과 ‘지름길’의 상징이죠.
2. “이게 진짜 내 실력일까? 아니면 쿠키 때문일까?”
- 수재 학생 은호
→ 정체성의 혼란. 쿠키를 먹고 원하는 결과를 얻은 뒤에도 남는 것은 불안과 자기부정. 이는 사회가 결과에만 집착하면서 개인이 자신을 잃어가는 현실을 꼬집습니다.
3. “누군가는 반드시 멈춰야 해. 그게 내가 되면 안 될 이유도 없잖아.”
- 최수영
→ 주인공의 선택. 현실 도피가 아닌 정면 돌파를 선택한 수영의 의지는, 이 드라마의 윤리적 중심축이자 메시지의 핵심입니다.
4. “하이쿠키를 만든 건, 쿠키가 아니야. 우리의 욕망이야.”
- 제과 공장장
→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 이 대사는 하이쿠키의 정체가 단순한 판타지 설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만든 괴물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결말 없는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
〈하이쿠키〉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피엔딩 드라마가 아닙니다. 오히려 드라마가 끝난 후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정당한 노력과 부당한 욕망의 경계는 어디일까?”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게 하죠.
하이틴 드라마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하이쿠키〉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입니다. 무한 경쟁 속에서 길을 잃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어른들에게,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는 이 드라마는 지금 우리가 꼭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도 당신의 손에 하이쿠키가 쥐어져 있다면, 혹은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것을 권유한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한 입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두 번째 한 입은 네 삶을 삼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