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철인왕후>>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쓴 조선시대 판타지 스캔들, 원작과의 비교 분석까지!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철인왕후는 단순한 사극도,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다채로운 장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로코’라는 신선한 시도로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특히 중전 김소용 안에 현대 남성의 영혼이 들어가는 ‘영혼 가출’ 설정은 전통 사극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적인 전개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철인왕후의 기획의도와 장르적 특징, 그리고 원작인 중국 드라마 *태자비승직기(太子妃升职记)*와의 주요 차이점을 중심으로, 이 흥미로운 드라마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획의도: ‘조선시대에 떨어진 자유로운 영혼’
철인왕후는 “만약 현대의 자유로운 영혼이 유교 질서가 지배하는 조선시대에 떨어진다면?”이라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장봉환은 청와대 셰프이자 여자에게 유난히 관심이 많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남자입니다. 어느 날 사고로 영혼이 조선시대 중전의 몸속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데요, 제작진은 이 황당한 설정을 통해 현대와 전통의 충돌, 성별의 경계를 넘는 정체성의 혼란, 권력과 사랑 사이의 줄다리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현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 전통적인 가치관과 시스템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데 있습니다.
장르적 특징: 사극에 판타지와 코미디를 더하다
철인왕후는 ‘가상 역사극’이라는 장르에 속합니다. 실제 인물인 철종과 철인왕후 김소용을 모티브로 삼되, 역사적 사실보다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설정과 전개에 무게를 둡니다. 이로 인해 정통 사극과는 차별화된 톤 앤 매너를 보여주며, 역사적 엄정함보다는 캐릭터 간의 관계와 감정, 코믹한 상황 전개에 중심을 둡니다.
여기에 현대의 감각을 지닌 장봉환의 시선으로 조선을 바라보게 되면서 생기는 언어적 충돌, 태도 차이 등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또, ‘여자 몸에 들어간 남자’라는 성전환 요소는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트는 장치로 작용하며, 캐릭터와 시청자 모두에게 색다른 감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원작과의 비교: 태자비승직기와 철인왕후,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철인왕후는 중국의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太子妃升职记)*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태자비승직기 역시 현대의 남성 플레이보이가 고대의 왕세자비 몸속에 들어간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며, 유사한 ‘남성 영혼+여성 몸’이라는 코믹한 판타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드라마 사이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 서사의 깊이와 완성도
태자비승직기는 제작비의 한계와 비교적 짧은 분량(총 35부작)으로 인해 다소 가볍고 인터넷 드라마 특유의 빠른 전개가 특징입니다. 반면 철인왕후는 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뛰어난 연출력으로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서사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철종과 김소용의 관계 변화는 정서적으로도 깊이 있게 묘사됩니다. - 역사적 배경과 현실성
원작은 완전히 허구의 왕조를 배경으로 설정해 자유롭게 극을 풀어나가는 반면, 철인왕후는 조선 후기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삼아 현실감과 무게감을 더합니다. 물론 ‘가상 역사극’이라는 전제하에 허구적 설정이 많긴 하지만, 시대적 분위기와 정치 구조를 보다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 풍자와 메시지의 차이
태자비승직기는 유쾌한 성전환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오락적인 요소에 집중한 반면, 철인왕후는 그 위에 젠더 의식, 권력 풍자, 계급 비판 등 보다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냈습니다. 특히 청와대 셰프 출신인 장봉환이라는 설정은 ‘권력’과 ‘국가 운영’을 은근히 풍자하는 장치이기도 하죠.
‘코믹’으로 포장된 진지한 질문
철인왕후는 단순히 웃기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로만 보기엔 아쉬운 작품입니다. 그 안에는 시대를 넘는 인간의 정체성, 권력과 제도에 대한 풍자,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내면이 담겨 있습니다. 원작의 톤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맥락에 맞게 각색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며, 이 드라마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와 판타지, 코미디와 로맨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색다른 드라마. 아직 안 보셨다면 꼭 한번 추천드리고 싶고, 이미 본 분이라면 다시 한 번 기획의도를 되새기며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