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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마판사>

by 이웃집 캐스퍼 2025. 5. 8.

드라마 < 악마 판사 > 포스터

드라마 <악마판사>

 법정의 새로운 얼굴

모두가 원했던 영웅인가, 법의 탈을 쓴 악마인가?

요즘처럼 정의에 대한 갈증이 커져가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영웅을 꿈꾸고 있을까요? 드라마 <악마판사>는 이 질문에 강렬한 한 방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모두가 원하는 영웅인가, 법과의 가면을 쓴 악마인가?"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이 드라마는 그 어떤 법정물보다도 도발적이고, 묵직하며, 화려하게 정의를 재해석합니다.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악마판사>는 디스토피아적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법정이 곧 쇼가 되고, 재판이 하나의 대중 오락처럼 소비되는 사회. 그리고 그 한가운데, 판사이자 주인공 강요한(지성 분)은 시청자들의 판결을 등에 업고 권력자들을 무너뜨립니다. 겉보기엔 통쾌한 정의 구현 같지만, 그의 방식은 거칠고 잔인하며, 때로는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복수극이기도 합니다.

법정 드라마를 뛰어넘은 장르의 융합

<악마판사>는 단순한 법정 드라마에 머물지 않습니다. 법정물에 복수극의 요소를 더하고, 사회 고발의 메시지를 넣은 데다, 느와르적인 캐릭터 구성과 미스터리 구조, 서스펜스 넘치는 전개까지 녹여냈습니다. 여기에 액션 장면까지 더해지면서, 시청자들은 매 회차 새로운 장르의 맛을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이 특히 빛나는 지점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입니다. 재난 이후 무너진 질서, 신뢰를 잃은 정부, 거대 권력 집단이 장악한 경제 구조 속에서 법은 더 이상 모두의 것이 아닙니다. 이런 배경 위에 등장한 ‘국민 참여형 재판’이라는 설정은 현실을 극단적으로 풍자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사실감을 품고 있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만듭니다.

피카레스크의 판타지, 그리고 불편한 진실

강요한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영웅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는 차갑고 계산적이며,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처단하는 대상들은 분명 ‘악’에 가깝습니다. 시청자는 그의 방식이 비정상임을 알면서도, 그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피카레스크(picaresque)의 묘미입니다. 정의를 구현하는 이가 결코 선하지 않다는 역설적인 구도는, 우리가 진정 바라는 정의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합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복수극으로서의 쾌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법, 권력, 미디어, 자본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시청자들은 단순한 선악 대결을 넘어서, ‘정의란 무엇인가’,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게 됩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계속되길

<악마판사>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사회적 성찰을 유도하는 드라마였습니다. 대중성과 작품성, 스릴과 메시지를 모두 잡은 보기 드문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경계 없는 장르 융합, 사회 비판적 시각, 복합적 캐릭터 구성이 어우러진 드라마는 앞으로도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권선징악 서사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현실의 복잡성을 반영한 다층적 이야기, 주인공조차도 완벽하지 않은 서사, 그리고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불편함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을 원하고 있습니다. <악마판사>는 그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드라마였으며, 앞으로도 이런 문제작들이 계속해서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정의는 때로 칼날 위에 선다.
우리는 과연, 어떤 정의를 원하고 있는가?
드라마 <악마판사>는 그 질문을 결코 잊지 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