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
아직도 많은 이들의 마음에 머무는,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
2016년 겨울, 한국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바로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입니다. 방영 당시만 해도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가 드라마의 주류로 자리 잡기 전이었기에 이 작품은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이자, 모험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깨비는 방영 종료 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며,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깨비는 어떤 의도로 기획되었고, 왜 이렇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걸까요?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 인간의 삶이 바뀐다
도깨비는 단순히 로맨스 드라마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신적인 존재와 인간의 삶이 맞닿는 순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신이 머물다 가는 찰나의 순간—그 짧고도 강렬한 시간이 누군가에겐 구원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별이 됩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도깨비는 ‘죽음을 다루되, 삶을 이야기하자’는 의도가 강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불사의 삶을 살아야 하는 도깨비 김신, 죽음을 수확해야 하는 저승사자, 그리고 그들과 얽힌 인간 지은탁. 이들이 겪는 이야기 속에는 인생의 아이러니와 찬란함, 그리고 누구나 겪는 이별과 만남이 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다: 호러부터 멜로까지
도깨비는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를 넘어,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시도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갑작스러운 귀신의 등장과 죽음이라는 소재 덕분에 호러의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곧이어 따뜻하고 유쾌한 로맨스와 코미디가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저승사자와 김신의 ‘브로맨스’는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며,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케미를 선사했습니다.
또한 김신과 지은탁의 서사는 전형적인 멜로의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운명’이라는 키워드와 ‘불멸의 삶’이라는 독특한 배경 설정이 결합돼 한층 깊이 있는 감정을 전합니다. 이처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성은 도깨비만의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고,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적 정서를 녹인 세계관
도깨비, 저승사자, 삼신할매 등 한국의 전통적 신화와 민속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 드라마는 서양식 판타지가 아닌, 철저히 ‘한국적인 판타지’를 구축하며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신선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감성이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캐나다 퀘벡에서 촬영한 장면과 전통 한옥, 눈 내리는 서울의 풍경 등은 현실과 환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미장센을 완성해 시청자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찾게 되는 이유
2016년~2017년 방영 이후, 벌써 수년이 흘렀지만 도깨비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다시 찾아보는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 티빙 등 OTT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신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명대사’, ‘명장면’, ‘OST’ 등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한 재미나 비주얼적 완성도 때문만은 아닙니다. 도깨비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죽음을 앞둔 순간, 나는 어떤 기억을 안고 가고 싶은가?”
“사랑이란 무엇이며, 이별은 왜 그렇게 아픈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들을 아름답고도 섬세하게 풀어낸 것이 바로 도깨비이며, 그렇기에 이 드라마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머물고 있는 것이겠지요.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된 이야기.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하나의 철학이자, 감성이고, 그리고 찬란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제는 ‘고전’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이 작품이 더 많은 이들의 삶에 잠시 머물다 가길, 그 순간들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로 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