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지금 응징하러 갑니다!
복수, 코미디, 워맨스, 그리고 가족… 장르의 틀을 넘나드는 드라마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2017, tvN)은 기존의 복수극과는 결이 다른 신선한 감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제목만 보면 피 튀기는 복수극이 떠오르지만, 이 드라마는 ‘응징’을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인간적으로 풀어내며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 원작과 드라마,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이 드라마는 사카이 유우카의 일본 소설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을 원작으로 합니다. 다만 소설은 일본 배경이고 인물 구성과 사건 전개도 차이가 있어, 드라마는 이를 한국 정서와 현실에 맞게 각색하여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은 여성 셋이 모여 '복수 클럽'을 결성해 주변의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는 과정을 그리며 사회 비판적인 시선이 강한 작품입니다. 반면 드라마는 ‘복수’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되, 그 안에서 여성의 우정, 가족 간의 상처와 치유, 세대 간의 연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따뜻하게 조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일본 원작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와 현실 문제를 적극 반영한 ‘리메이크 그 이상의 재창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기획 의도: "지금, 응징하러 갑니다!"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응징’이라는 키워드입니다. 그러나 이 응징은 피의 복수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는 불합리함과 갑질, 폭력에 대한 작고도 통쾌한 저항입니다.
기획의도는 분명합니다. 사회적 지위, 연령, 배경이 전혀 다른 여성들이 모여 ‘복수자들’을 결성하고, 각자의 사적인 복수를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연대를 이루는 과정. 그 안에서 ‘작은 정의의 실현’이 무엇보다 통쾌하게 그려집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이다 전개가 아닌, 각 인물의 사연과 성장, 회복의 과정을 통해 인간적인 감동까지 전해주는 구성입니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능동적이고 입체적으로 묘사되며, 이들이 나누는 유대와 성장 서사가 이 드라마의 핵심 축입니다.
- 여성 서사의 힘, ‘워맨스’의 진수
<부암동 복수자들>은 ‘워맨스’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드라마입니다. ‘워맨스(Womance)’는 여성들 간의 진한 우정을 뜻하는 신조어로, 이 드라마는 바로 그런 관계성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재벌가 며느리이자 ‘맘카페’의 상징 같은 인물인 ‘김정혜(이요원)’, 생활력 강한 생선장수 ‘홍도희(라미란)’, 엘리트 고등학생이자 가정 폭력 피해자인 ‘이수겸(이준영)’까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유대감을 형성해 갑니다.
이러한 서사는 ‘가족이 아니어도 가족처럼’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를 통해, 진짜 위로와 희망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여성 서사로,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도 회자되었습니다.
- 웃기지만 진지하다: 코미디와 사회 비판의 절묘한 균형
<부암동 복수자들>은 ‘복수극 + 코미디’라는 쉽지 않은 조합을 탁월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행동, 작전 수행 중 벌어지는 해프닝들, 하지만 그 속에 숨은 진지한 메시지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예를 들어, 가정 폭력, 학교 폭력, 갑질 문화 등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소재들을 위트 있게 풀어내되, 그 본질은 결코 희화화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이 드라마가 가진 절묘한 균형감입니다.
- ‘가족’이란 이름의 상처와 치유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는 ‘가족’입니다. 복수자들이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 대부분은 가족 내부의 문제로 시작됩니다. 남편의 폭력, 시가의 압박, 부모의 무관심 등 현실에서 수많은 이들이 겪는 고통의 중심에 ‘가족’이 있습니다.
그러나 복수자들은 단순히 파괴적인 결말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결국은 ‘치유’와 ‘회복’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사이다 이상의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 우리 모두의 작고 위대한 복수자들
<부암동 복수자들>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주변의 작고 사소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들을 향한 작은 외침이자, 공감과 연대의 드라마입니다. 웃기지만 슬프고, 가볍지만 묵직한 감정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가만히 참아내고 있을 불합리함에 대해, 대신 말해주는 사람들. <부암동 복수자들>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 내면에 ‘작은 복수자’를 품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