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
– 우리들의 하루는 검색으로 시작해 검색으로 끝난다
요즘 OTT 플랫폼이나 TV 채널을 통해 ‘다시 보기’ 열풍이 부는 가운데, 2019년에 방영된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인생 드라마’로 꼽히고 있다. "우리들의 하루는 검색으로 시작해 검색으로 끝난다"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단순한 오피스 로맨스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과 사랑, 자아실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포털사이트를 배경으로 한 리얼 오피스 드라마
드라마의 중심 배경은 대한민국 대표 포털사이트인 ‘유니콘’과 그에 도전하는 후발주자 ‘바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정보를 얻는 오늘날, 포털사이트는 단순한 검색의 기능을 넘어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흐름까지 좌우하는 강력한 플랫폼이다. 이 드라마는 그런 포털사이트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 안에서 어떤 가치와 갈등이 오가는지를 밀도 있게 그린다.
여성 주인공 세 명, 즉 배타미(임수정), 차현(이다희), 송가경(전혜진)은 모두 각기 다른 위치에서 IT 업계 최전선에 서 있다. 세 사람은 연애나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프레임보다 자신의 일과 신념에 더 가치를 두며 살아간다. 이들은 야근과 경쟁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정의’와 ‘원칙’을 선택한다.
걸크러시를 넘은, 진짜 ‘여성’ 이야기
배타미는 유니콘에서 해고된 후 바로로 이직해 검색 점유율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냉철하면서도 섬세한 그녀는 정보의 중립성과 포털사이트의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녀의 삶에 불쑥 들어온 남자 박모건(장기용)은 게임 음악을 만드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타미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지만 오히려 그 점이 둘의 관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차현은 걸크러시 그 자체다. 전직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정의로운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만난 로맨스 드라마 PD 설지환(이재욱)은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성으로 차현의 마음을 흔든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유쾌한 케미는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송가경은 유니콘의 이사로, 재벌가의 며느리이자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외롭고 상처받은 인물이다. 그녀의 내면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서 인간의 다층적인 감정을 조명한다.
로맨스, 그 이상의 로맨스
이 드라마의 로맨스는 단순한 설렘이나 연애 감정을 넘어선다. 주인공들의 사랑은 언제나 '일'과 '신념'이라는 축과 맞닿아 있다. 배타미는 박모건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망설이기도 한다. 차현 역시 설지환과의 관계에서 기존의 연애 문법을 뒤엎는 선택들을 한다. 이처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사랑’보다 ‘삶’에 무게를 두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냈다.
우리가 이 드라마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단순히 직장인의 삶을 그린 오피스물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 포털사이트라는 플랫폼의 이면,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풀어낸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여성 중심 서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드라마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라는 피상적인 이미지 대신, 진짜 일터에서 부딪히는 고뇌와 갈등, 선택과 책임을 조명한다. 그리고 사랑 앞에서조차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그녀들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단순한 드라마 그 이상이다. 이것은 ‘누군가의 하루’가 아닌, ‘우리 모두의 하루’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이야기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 무심코 무언가를 검색하는 우리 모두에게, 이 드라마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로맨스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