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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갑동이 >>

by 이웃집 캐스퍼 2025. 5. 22.

드라마 < 갑동이 > 포스터

드라마  << 갑동이 >> 

살아있네, ‘갑동이’

 미스터리 감성 추리극의 진면목

대한민국 범죄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tvN의 드라마 <갑동이>. 이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나 연쇄살인극이 아니다. 사회적 공포와 인간 심리,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집단 트라우마를 치밀하게 파고드는, 이른바 ‘미스터리 감성 추리극’이다.

진실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갑동이>는 실제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건,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벌어진 10건의 참혹한 연쇄살인. 그리고 그 미제로 남은 긴 세월. 드라마는 바로 그 트라우마를 꺼내어 재조명한다. 그러나 단순히 사건을 복원하거나 범인을 추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사건 이후'에 초점을 맞춘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 트라우마 속에서 왜곡되고 상처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특히 <갑동이>는 한 가지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진짜 갑동이는 살아있는가?"

20년 전, ‘갑동이’로 불린 연쇄살인범이 남긴 상처는 경찰과 유족, 그리고 대중에게 지울 수 없는 공포로 남아 있다. 사건이 종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고, 갑동이의 실체는 미궁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다시 유사한 방식의 살인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모방범죄가 등장한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공포에 빠지고, 잊힌 이름 ‘갑동이’는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방범죄,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본성

드라마는 단순히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모방범죄라는 무서운 사회현상을 끄집어낸다. 범죄는 때때로 그 자체보다 그것을 따라 하는 자들로 인해 더 무서워진다. 갑동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괴물이 되어, 시대를 초월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갑동이를 숭배하고 흉내 내는 이들은 누구보다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내면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매우 정교하게 묘사한다. 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따라, 각 캐릭터의 배경과 심리 상태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하무염(윤상현 분)은 과거 아버지가 ‘갑동이’로 몰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간다. 그는 경찰이 되었고, 진짜 갑동이를 잡기 위해 집요하게 사건을 추적한다. 하지만 그의 집착은 점차 그를 잠식해 간다. 진실을 향한 갈망은 때로는 인간을 괴물로 만들기도 한다.

감성 + 스릴 = 감정의 롤러코스터

‘미스터리 감성 추리극’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갑동이>는 한 편의 공포극이자, 동시에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멜로적 요소를 품고 있다. 하무염과 오마리아(김민정 분) 사이의 관계, 그리고 형사팀 내부의 갈등과 협력은 단순한 추리극 이상의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시청자를 소름 끼치게 만드는 연출력은 <갑동이>의 백미다. 어두운 조명, 절제된 배경음악, 갑자기 등장하는 복선. 그리고 무엇보다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을 두고 전개되는 흡인력 있는 서사는 어느 순간 시청자의 숨을 멎게 만든다.

“살아 있었네….”
극 중 누군가의 대사처럼, 갑동이는 진짜 살아 있었다. 아니, 우리 안에서,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는 실체가 아니라 상징이었고, 공포 자체였다.

마치며: ‘갑동이’는 단지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 <갑동이>는 단지 잘 만든 스릴러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한 번쯤 마주해야 할 진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공포를 상기시키는 사회적 미러링이다. 과거의 범죄는 잊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상흔은 누군가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현실이다.

<갑동이>를 보는 내내 우리는 진실에 대한 집착, 인간 내면의 어두움, 그리고 '믿음'이라는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는다.


진짜 공포는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든 우리 안의 어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