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진실을 향한 두 개의 변론
드라마 vs 에세이
“당신의 이야기는 누가 변론해주고 있습니까?”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된 정혜진 변호사의 에세이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단순한 법정 이야기 그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울림은 드라마로 재탄생한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서도 이어집니다. 하지만 같은 제목을 공유한 이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매체만큼이나 표현 방식도, 시선도, 감정의 밀도도 달라집니다. 오늘은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각각이 말하고자 했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원작 정혜진의 에세이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변호사가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
정혜진 변호사는 법정 안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변론’이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이 책은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 속 법정에서 벌어진 아주 평범하지만 묵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죠.
사건보다 사람을 들여다보는 시선, 피고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 법이라는 냉정한 구조 안에서도 따뜻한 결론을 찾으려는 고군분투. 책 속의 정혜진 변호사는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법정 밖을 떠납니다.
“정의가 실현되었는가?”보다 “이 사람이 이해받았는가?”를 먼저 묻는 이 에세이는, 변론이라는 단어에 진실을 위한 설득과 공감이라는 감정을 덧입힙니다.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외면하거나 조작하거나, 그리고 끝내 파헤치거나
반면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적 색깔을 짙게 지닙니다. 극 중 주인공 노착희(정려원 분)는 냉철한 논리로 무죄를 쟁취하는 승소율 100%의 스타 변호사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가 숨어 있고, 진실과 정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면의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드라마는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며, 매 회 다른 법적 쟁점을 가진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의 충돌입니다.
- 누군가는 진실을 외면하고,
- 누군가는 진실을 조작하며,
- 누군가는 진실을 파헤치려 애쓰죠.
그 안에서 노착희는 점차 정의의 본질과 자기 변호의 의미를 재정의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원작이 그려낸 변호사의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자극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같은 제목, 다른 접근 – 그러나 만나는 지점
형식 | 에세이 (비소설) | TV 드라마 (픽션) |
주제 | 사람을 향한 변론 | 진실을 향한 추적 |
접근 | 감정 중심, 회고적 서술 | 사건 중심, 극적 서사 |
시선 | 변호사 개인의 성장과 고민 | 법조계 내부의 갈등과 긴장 |
공통점 | 진실은 단순하지 않다 / 변론은 사람을 위한 것 | 진실은 싸워서 찾아야 한다 / 변론은 수단이자 책임이다 |
정혜진 에세이가 인간적인 시선으로 ‘이해’의 변론을 보여줬다면, 드라마는 극적 장치와 서스펜스를 통해 **‘진실을 위한 싸움’**을 다룹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궁극적으로 **“진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변론’은 무엇인가
드라마와 책을 함께 보며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변론하고 있는가?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판단하고 해석합니다. 때론 타인을, 때론 스스로를. 하지만 과연 그 판단은 충분히 공정했는가? 충분히 귀 기울였는가?
정혜진 작가는 말합니다. “어떤 진실은 끝까지 말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렇게 응답하죠. “그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오늘도 자신의 삶을 변론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현실과 허구가 교차합니다. 책은 독자에게 ‘들어주기’를,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파헤치기’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둘을 함께 보면, 진실을 향한 여러 층위의 시선을 마주하게 되죠.
드라마와 원작 모두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진실 앞에서, 혹은 스스로의 진실 앞에서
늘 변론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