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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by 이웃집 캐스퍼 2025. 6. 22.

드라마 <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포스터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진실을 향한 두 개의 변론

드라마 vs 에세이

“당신의 이야기는 누가 변론해주고 있습니까?”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된 정혜진 변호사의 에세이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단순한 법정 이야기 그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울림은 드라마로 재탄생한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서도 이어집니다. 하지만 같은 제목을 공유한 이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매체만큼이나 표현 방식도, 시선도, 감정의 밀도도 달라집니다. 오늘은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각각이 말하고자 했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원작  정혜진의 에세이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변호사가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

정혜진 변호사는 법정 안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변론’이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이 책은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 속 법정에서 벌어진 아주 평범하지만 묵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죠.

사건보다 사람을 들여다보는 시선, 피고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 법이라는 냉정한 구조 안에서도 따뜻한 결론을 찾으려는 고군분투. 책 속의 정혜진 변호사는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법정 밖을 떠납니다.

“정의가 실현되었는가?”보다 “이 사람이 이해받았는가?”를 먼저 묻는 이 에세이는, 변론이라는 단어에 진실을 위한 설득과 공감이라는 감정을 덧입힙니다.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외면하거나 조작하거나, 그리고 끝내 파헤치거나

 

반면 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적 색깔을 짙게 지닙니다. 극 중 주인공 노착희(정려원 분)는 냉철한 논리로 무죄를 쟁취하는 승소율 100%의 스타 변호사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가 숨어 있고, 진실과 정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면의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드라마는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며, 매 회 다른 법적 쟁점을 가진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의 충돌입니다.

  • 누군가는 진실을 외면하고,
  • 누군가는 진실을 조작하며,
  • 누군가는 진실을 파헤치려 애쓰죠.

그 안에서 노착희는 점차 정의의 본질과 자기 변호의 의미를 재정의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원작이 그려낸 변호사의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자극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같은 제목, 다른 접근 – 그러나 만나는 지점

항목정혜진 에세이드라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형식 에세이 (비소설) TV 드라마 (픽션)
주제 사람을 향한 변론 진실을 향한 추적
접근 감정 중심, 회고적 서술 사건 중심, 극적 서사
시선 변호사 개인의 성장과 고민 법조계 내부의 갈등과 긴장
공통점 진실은 단순하지 않다 / 변론은 사람을 위한 것 진실은 싸워서 찾아야 한다 / 변론은 수단이자 책임이다
 

정혜진 에세이가 인간적인 시선으로 ‘이해’의 변론을 보여줬다면, 드라마는 극적 장치와 서스펜스를 통해 **‘진실을 위한 싸움’**을 다룹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궁극적으로 **“진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변론’은 무엇인가

드라마와 책을 함께 보며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변론하고 있는가?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판단하고 해석합니다. 때론 타인을, 때론 스스로를. 하지만 과연 그 판단은 충분히 공정했는가? 충분히 귀 기울였는가?

정혜진 작가는 말합니다. “어떤 진실은 끝까지 말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렇게 응답하죠. “그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오늘도 자신의 삶을 변론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현실과 허구가 교차합니다. 책은 독자에게 ‘들어주기’를,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파헤치기’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둘을 함께 보면, 진실을 향한 여러 층위의 시선을 마주하게 되죠.

드라마와 원작 모두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진실 앞에서, 혹은 스스로의 진실 앞에서
늘 변론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