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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by 이웃집 캐스퍼 2025. 5. 8.

드라마 < 백일의 낭군임> 포스터

운명적 선결혼, 필연적 후 연애의 서사미학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기획의도와 장르적 매력 분석

요즘 시대에 선결혼 후 연애라니, 어쩐지 낡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바로 이 "선결혼, 후 연애"라는 역발상적 서사에,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더한 픽션 사극으로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기획 단계부터 장르 혼합을 기반으로 한 이 드라마는 전통 사극의 형식을 빌리되, 현대적인 감성과 유머를 섞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노린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운명처럼 얽힌 두 사람의 이야기

드라마의 출발점은 어린 시절의 운명적 만남이다. 세자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이율(도경수 분)과 양반가의 영애였던 윤이서(남지현 분)는 어린 시절 정치적 음모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이후 서로의 존재조차 모른 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16년 후, 이율은 기억을 잃은 채 이름도 신분도 없는 ‘원득’이라는 인물로 다시 윤이서 앞에 나타난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지점은, 기억을 잃은 세자와 생존을 위해 이름을 바꾼 여인이 백일 간 부부로 살아가는 그 ‘기이한 동거’의 과정에 있다. 운명적으로 혼례를 치렀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형성되기까지는 수많은 오해와 갈등, 우연과 사건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은 타인을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로맨스의 외피, 미스터리의 내피

*『백일의 낭군님』*은 사극 로맨스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치밀한 미스터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율이 기억을 잃게 된 이유, 궁에서 벌어진 음모와 권력투쟁, 그리고 윤이서의 과거를 둘러싼 복잡한 진실들은 작품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단순한 로맨스에 그치지 않는 몰입도를 만들어낸다.

또한, 백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설정은 극의 전개에 속도감을 부여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주인공들과 함께 퍼즐을 맞추는 듯한 서사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백일의 낭군님』*은 사랑이라는 감정선을 따라가면서도, 미스터리와 정치 드라마의 요소를 버무려 장르적 다양성을 보여준다.

픽션 사극으로서의 전략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픽션 사극이다. 따라서 고증에 얽매이지 않고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으며, 그만큼 자유로운 연출과 대사, 유머가 가능하다. 도경수와 남지현의 호흡은 이러한 경쾌하고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현대극을 보는 듯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원득이라는 캐릭터는 사극에서 보기 드문 ‘허당형 남주’의 매력을 지닌다. 세자의 위엄과 무심함은 어디로 가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는 허둥지둥,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는 설정은 인물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결론: 사랑과 기억, 운명을 되묻는 이야기

*『백일의 낭군님』*은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를 넘어서, ‘사랑은 기억을 넘어 존재할 수 있는가’, ‘운명은 선택의 결과인가 필연의 과정인가’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기억을 잃어버린 세자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운명적으로 결혼했지만, 필연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그 속에서 웃음과 눈물, 미스터리와 로맨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백일의 낭군님』*은 ‘픽션 사극’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