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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

by 이웃집 캐스퍼 2025. 5. 7.

드라마 <슈룹> 포스터

드라마 「슈룹」

조선에서 가장 걸음이 빠른 중전마마, 교육을 뛰다

“조선에서 가장 걸음이 빠른 중전마마 납시오!”
이 한 줄로 요약되는 드라마 「슈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선시대 중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고하고 조용히 궁궐 안을 거니는 인물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중전마마는 궁 안을 쩔쩔매며 뛰어다니고, 아이들의 사고를 수습하며 정치를 넘나 든다. 이름하여 가상 역사물 + 블랙코미디 + 왕실 교육 드라마라는 독특한 장르를 정면으로 내세운다.

어머니, 그리고 교육

드라마 「슈룹」은 단순한 궁중 정치극이 아니다. 그보다는 ‘왕실의 어머니’라는 위치에 있는 중전이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권력과 맞서 싸우며, 결국 사람을 길러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제작진은 이 작품을 통해 “조선이라는 제약된 틀 속에서, 어머니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중전 화령(김혜수 분)은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는 강인하고 인간적인 여성상이다. 그는 아이들의 교육과 장래를 위해 궁 안팎을 뛰어다니며, 때로는 자신의 품위를 내려놓고, 때로는 권력자들과 맞서며 싸운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의 ‘엄마’들과도 연결된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을 고민하고, 진로를 두고 갈등하며,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게 하려 애쓰는 현대 부모의 투쟁을 조선이라는 배경 위에 절묘하게 얹어낸 것이다.

왕실교육, 그리고 경쟁의 세계

조선시대 왕자들의 교육은 단순히 학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왕실 교육은 곧 권력 승계와 직결된 싸움의 장이었다. 드라마 「슈룹」은 이 교육의 현실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낸다. 한편으로는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속에 담긴 치열한 경쟁과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왕자들이 입시 경쟁에 내몰리는 장면은 우리가 익숙한 사교육 열풍, 선발제도, 교육 격차 등의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 중전이 아이들의 진로와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은, 그저 ‘공부 잘해서 높은 자리 가라’는 당위성을 넘어 아이 각각의 개성과 행복을 존중하려는 부모의 마음과도 닮아 있다.

드라마는 ‘왕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이들조차도 결국 부모의 품 안에서 꿈과 갈등을 겪는 아이들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정된 이미지 속의 왕실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울고, 웃고, 분노하는 부모의 인간적인 얼굴을 조명한다.

블랙코미디와 가상 역사물의 미학

「슈룹」은 ‘가상 역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십분 활용해 역사적 사실에서 자유로우면서도, 그 시대의 분위기를 현실적으로 재현한다. 정치적 긴장감과 궁중 암투도 있지만, 그걸 진중하게만 그리지 않고, 웃음과 풍자를 적절히 섞는다. 중전이 조선의 왕비이지만 사극 특유의 고루함은 벗어던지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소통하며, 때로는 조선판 ‘학부모 모임’ 같은 장면도 연출된다.

이러한 블랙코미디의 형식은 우리가 보통 기대하는 사극의 무게를 완화시키며, 시청자들이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중전과 대비되는 후궁들의 교육 열정, 경쟁, 질투는 현대 사회의 ‘입시 지옥’을 풍자하는 방식으로도 읽힌다.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말하다

「슈룹」은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의 부모, 오늘의 교육, 오늘의 사회’**다. 중전 화령의 고군분투는 지금 이 순간도 자녀를 위해 달리는 수많은 부모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왕세자가 되느냐 마느냐보다,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길에, 부모는 언제나 가장 고된 싸움을 벌이는 동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