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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완벽한 가족》

by 이웃집 캐스퍼 2025. 6. 15.

드라마 <완벽한 가족 > 포스터

드라마 《완벽한 가족》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진실 

원작 비교 분석

가족. 우리가 가장 처음 만나는 사회이자, 어떤 위기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남는 울타리다. 누구나 한 번쯤 "우리 가족은 평범하지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 평범함은 진짜일까? 겉으로 보기에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라 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미묘한 균열과 감춰진 진실이 존재한다. 2025년 하반기 화제작, **tvN 드라마 《완벽한 가족》**은 이러한 물음을 강렬하게 던진다.

이 드라마는 ‘딸의 살인 사건’을 중심축으로, 평범했던 가족이 점차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단순한 추리와 반전 이상의 무게감 있는 메시지가 녹아 있다. 바로 사랑, 책임, 희생, 그리고 온기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무게

《완벽한 가족》은 ‘과연 완벽한 가족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외적으로는 부족함 없고 이상적인 형태를 갖춘 한 가족이, 딸의 살인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계기를 통해 하나씩 무너져가는 과정을 통해, 가족 간의 신뢰란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으며, 그 신뢰가 과연 진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되묻게 한다.

기획 단계부터 이 드라마는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를 밝히는 추리극이 아닌, 인물 간의 감정의 균열과 붕괴, 그리고 그 이후의 회복 가능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진짜 공포는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완벽한 가족》은 미스터리 장르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가족 심리극에 더 가깝다.

원작 소설 《그릇》과 웹소설 《주은》 – 사랑의 형태와 부모의 그림자

드라마는 두 편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 하나는 문학적 깊이로 무장한 냥빠 작가의 단편 소설 《그릇》, 다른 하나는 보다 감정선에 집중한 웹소설 **《주은》**이다.

《그릇》은 제목처럼 사람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의 역할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아이를 보호하려는 부모의 사랑이 오히려 아이를 옥죄고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며, 이타적 사랑과 자기애적 책임감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특히 ‘엄마’라는 인물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감싸 안으려는’ 존재로 등장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파괴적 선택을 낳는다.

한편, 《주은》은 같은 이야기를 보다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주은이라는 인물의 내면 독백과 감정을 통해,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시선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10대의 모습을 그린다. 온기소통 부재, 그리고 희생당하는 청소년의 시점은 드라마 속 딸의 입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 두 작품은 각각 부모의 입장과 자녀의 입장을 교차하며, 가족이라는 관계의 일방성을 비판하고, 진정한 이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랑, 책임, 희생, 그리고 온기

드라마 《완벽한 가족》은 결국 가족 안에서의 감정의 층위를 하나하나 벗겨내는 작업이다.

  • 사랑은 조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주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된다.
  • 책임은 가족이라는 제도 아래 정당화되지만, 때론 스스로를 희생하게 만들고,
  • 희생은 미덕으로 포장되지만, 결국 그 온기를 상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 ‘온기’의 회복 가능성이다. 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도, 가족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다시, 가족

《완벽한 가족》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직시하게 만든다. 또한 우리가 말하는 사랑, 책임, 희생이 진짜 타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위한 위안이었는지 되묻게 한다.

누가 봐도 완벽했던 가족. 하지만 진실이 드러날수록, 그 완벽함은 껍데기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온기 있는 선택을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이 이야기는 ‘그래도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는 서로를 진짜로 알고 있었던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화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