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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년심판》

by 이웃집 캐스퍼 2025. 5. 30.

드라마 < 소년 심판 > 포스터

드라마《소년심판》

- 나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법정 드라마, 범죄 스릴러, 휴먼 느와르. 이 모든 장르적 특성을 아우르며 시청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총 10부작이라는 제한된 구성 속에서도 이 작품은 깊은 울림과 강한 인상을 남기며, 우리 사회가 외면하거나 방치해 온 '소년범죄'와 '형사 미성년자 제도'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인상적인 첫 문장은 주인공 심은석 부장판사(김혜수 분)의 선언입니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판사라는 직업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함에도, 그녀는 서슴없이 감정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 혐오의 감정은 단순한 증오가 아니라, 무기력한 시스템과 반복되는 피해를 방치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이기도 합니다. **《소년심판》**은 이처럼 도발적인 시선으로 시작하여, 점차 인간적인 시선으로 소년범죄의 본질과 구조적 한계를 파고듭니다.

‘소년’과 ‘법’ 사이의 간극을 묻다

《소년심판》은 단순히 범죄 사건의 나열이나 재판 과정을 묘사하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소년법이라는 제도의 존재 이유,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합니다. 보호 처분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범죄, 실질적인 처벌을 피하는 미성년자들,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피해자들.

기획 의도는 명확합니다.

"사회는 소년범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정말 이들은 '선도 가능한 존재'인가, 아니면 처벌이 필요한 범죄자인가?"

작품은 소년범죄의 이면에 있는 가정불화, 빈곤, 방임, 학교폭력 등 다양한 원인들을 드러내면서도, 단순히 이들을 ‘불쌍한 피해자’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균형 있게 조명하며, 법과 제도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형사미성년자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의 형사미성년자 기준은 만 14세입니다. 이 기준 아래에서의 소년범죄는 ‘범죄’가 아니라 ‘비행’으로 분류되고, 대부분 보호처분에 그치게 됩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듯, 점점 흉포해지고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미성년자들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이 기준이 과연 유효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합니다.

《소년심판》은 이 제도의 회색지대를 정확히 포착합니다. 어떤 소년들은 이 제도를 악용하여 처벌을 회피하고, 또 어떤 소년들은 도움을 받을 기회를 잃은 채 반복되는 범죄의 수렁에 빠집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렇게 무겁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는 형사미성년자 제도의 한계와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10부작 속 강렬한 에피소드들

《소년심판》은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면서도 전체 줄거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합니다. 각 회차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리얼리티를 지니고 있으며, 매 회마다 다른 유형의 소년범과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학교폭력, 집단 성범죄, 가정폭력, 사이버 범죄 등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소년범죄가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각 사건이 단순히 충격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구조와 시스템의 허점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부모의 무관심과 무능이 아이들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통해, 시청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 혐오, 그리고 가능성

드라마 말미로 갈수록 심은석 판사의 시선은 점차 변화합니다. 처음엔 혐오로 시작된 판결이었지만, 그녀는 사건과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점점 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개과천선’이 아니라, 그만큼 소년범죄라는 문제가 단순한 선악의 문제가 아님을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무작정 감싸지도 않고, 무조건 처벌하자는 메시지도 아닙니다.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변화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입니다. 법이 그 균형을 잡아야 하며, 그 안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하게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소년심판》은 단순한 드라마 그 이상입니다. 시청 후에는 불편함, 답답함, 그리고 깊은 생각이 남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소년범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아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 때, 우리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드라마가 던진 질문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