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산》 기획 의도 및 배경, 원작 웹툰 비교
드라마 《서산》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어둠과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로, 한국 사회의 변두리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인간성과 도덕성의 경계를 시험하는 작품이다. 원작은 동명의 웹툰으로, 고요한 해안 도시 '서산'을 배경으로 일련의 연쇄 실종 사건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드라마는 이 웹툰의 강렬한 서사와 분위기를 실사화하면서도, 원작에 없던 인물들의 감정선과 배경 서사를 추가하여 더욱 입체적인 서사로 재구성했다.
《서산》의 주 무대는 외딴 바닷가 마을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이후 쇠락해 버린 도시다. 이 마을은 과거 한때 번성했던 어촌이었지만, 어느 날부터 주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람들의 공포가 서서히 스며든다. 경찰은 단순한 실종 사건으로 취급하지만, 기자 출신의 주인공 ‘한수진’은 이 사건의 이면에 뭔가 더 깊은 것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취재를 시작한다. 그녀는 점차 이 마을에 얽힌 과거의 집단 살해 사건, 은폐된 진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외면해 온 ‘금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기획 의도 측면에서 《서산》은 단순한 범죄물이나 공포물로 머물지 않는다. 제작진은 ‘기억의 왜곡’과 ‘공동체의 침묵’을 테마로 삼아, 인간이 얼마나 쉽게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에 동조하는지를 그린다. 특히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불안, 점점 드러나는 진실과 맞닥뜨리는 장면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불편함과 동시에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는 은폐, 무관심, 그리고 방조에 대한 강한 은유이기도 하다.
원작 웹툰과 비교하면, 드라마는 보다 하드보일드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웹툰이 서정적이면서도 공포감을 은근히 조성하는 방식이었다면, 드라마는 시각적 긴장감과 음향 효과, 세밀한 연출을 통해 감정의 극단을 더 자극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웹툰에서는 모호하게 그려졌던 한 장면의 범인이 드라마에서는 명확한 단서를 남기거나, 피해자의 심리 묘사를 더 집요하게 파고든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기자 한수진의 개인사, 예컨대 과거 자신이 외면했던 사건과 서산의 비극이 맞닿아 있다는 복선이 강화되어, 캐릭터의 심리적 입체감이 한층 깊어졌다.
또한 드라마는 ‘서스펜스’와 ‘공포’를 단순한 장르적 장치가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심리 상태로 접근한다. 마을 사람들의 말 없는 시선, 함구하는 노인들의 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기척 등은 직접적인 위협보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유발하고, 일종의 사회적 공포를 형성한다. 이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이며, ‘기억하지 않는 진실’이 가장 끔찍한 공포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하드보일드 장르적 측면에서도 드라마는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뤘다. 주인공은 단순한 피해자 구제의 차원을 넘어서, 자신의 트라우마와 대면하고 그것을 파괴하며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인물로 재창조되었다. 그녀의 여정은 탐정소설적인 성격과도 맞닿으며, 냉정하고 절제된 대사, 침묵 속에 감추어진 분노 등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여성 주인공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서산이라는 지역적 색채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결론적으로, 드라마 《서산》은 원작 웹툰의 미스터리한 서사를 토대로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강화하고,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연출의 디테일을 통해 더욱 진화한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드라마로 탈바꿈하였다. 원작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영상 매체만이 줄 수 있는 공감각적 긴장과 공포를 극대화한 연출은 장르 팬들에게도, 사회적 문제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