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비극 속에서 피어난 존엄과 치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 내면의 고통, 그리고 그 치유와 성찰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문동은이 학창 시절 겪은 끔찍한 학교 폭력을 계기로, 인생 전부를 걸고 가해자들에게 철저한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처절한 복수극이지만, 그 이면에는 폭력의 상처가 개인의 삶에 어떤 비극을 남기는지,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그 상처를 마주하고 이겨내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더 글로리》의 배경이 되는 학교는 겉으로는 평범한 고등학교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하다. 문동은은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계층에 속하는 학생으로, 또래 친구들로부터 이유 없는 집단폭력을 당한다. 그 폭력은 단순히 신체적인 고통에 그치지 않고, 인격적인 모멸과 삶에 대한 의지를 꺾는 데까지 이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폭력을 목격하거나 인지한 어른들—교사, 경찰, 부모—마저도 침묵하거나 외면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사회 시스템 전체가 피해자에게 등을 돌리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문동은은 자신이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삶의 목적을 ‘복수’라고 믿게 된다. 복수는 그녀에게 존재의 이유이자 생존의 방식이 된다. 대학도, 연애도, 평범한 사회생활도 포기한 채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삶을 계획하는 그녀의 모습은 냉혹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되찾고자 하는 몸부림이 담겨 있다. 문동은의 복수는 단순히 상대를 파멸시키려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겪은 고통과 모멸에 대한 세상과의 ‘대화’이자, 침묵을 강요당했던 과거에 대한 ‘응답’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글로리》는 단순한 ‘복수의 정당성’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수라는 감정이 인간을 어떻게 고립시키고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문동은은 복수에 집착하면서도, 그 끝에 어떤 공허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하게 된다. 자신이 만든 계획이 성공할수록, 그녀의 내면은 더욱 공허해지고 고통스러워진다. 결국 복수는 고통의 대물림일 수 있으며, 진정한 구원은 타인의 파멸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문동은이 만나는 몇몇 인물들—정성한, 강현남, 주여정—은 그녀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여정이라는 인물은 문동은의 삶에 ‘따뜻함’과 ‘이해’를 가져다주는 존재다. 그는 단지 문동은의 복수를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만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와의 관계 속에서 문동은은 조금씩 사람을 믿는 법을 배우고, 복수 너머의 삶을 상상하게 된다.
《더 글로리》는 단지 한 개인의 복수극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폭력에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를 경고하는 작품이다. 또한 인간은 상처받은 존재이지만, 그 상처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 드라마는 "누구나 불행할 권리는 있지만, 불행에 머무를 의무는 없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문동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의 서사로 읽힌다. 따라서 이드라마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느끼는 게 많은 사람들이 더러는 있을 꺼란 생각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