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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by 이웃집 캐스퍼 2025. 5. 6.

드라마 < 내 남편과 결혼해줘 > 포스터

“내 남편과 결혼해 줘”

그 복수의 시작은 같지만 끝은 다르다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내 남편과 결혼해 줘”가 아닐까. 제목만 봐도 이미 평범하지 않은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된 듯하면서도 그 안에 판타지, 회귀, 스릴러, 복수, 막장, 피카레스크적 요소까지 총체적으로 담아낸 매운맛 드라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이 원작이다. 같은 제목, 비슷한 전개지만 드라마와 웹소설은 결정적인 차이들을 품고 있다. 오늘은 그 차이를 통해, 드라마가 어떤 기획의도 아래 새롭게 해석되었는지를 분석해보려 한다.

회귀와 복수, 그리고 욕망의 민낯

웹소설과 드라마 모두, 주인공 지현은 남편과 절친의 배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과거로 회귀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목 “내 남편과 결혼해 줘”는 역설적이다. 이는 복수극의 신호탄이자, ‘내 남편을 너에게 줄 테니 대신 네 파멸도 함께 가져가라’는 통쾌한 반전이 담긴 선언이기도 하다.

이런 설정만 보면 흔한 막장 같지만, 드라마는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시도를 한다. 단순히 복수와 배신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 시대의 남과 여, 우정, 연애, 결혼”이라는 근본적 관계의 균열을 정면으로 다룬다. 주인공은 단순히 나쁜 사람을 응징하는 ‘사이다 캐릭터’가 아니라, 무능과 집착, 욕망, 후회와 책임 속에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낸다.

원작은 파격, 드라마는 확장

원작 웹소설은 다소 직선적이고 자극적인 복수 서사다. 빠른 전개, 명확한 선악 구도, 그리고 복수의 쾌감이 주를 이룬다. 특히 막장과 피카레스크적 요소가 강해, 주인공조차 다소 도덕적 회색지대에 위치하며, 끝없는 권모술수와 감정 게임을 벌인다.

반면, 드라마는 이를 보다 입체적으로 풀어간다. 오피스물로서의 현실감, 가족 드라마로서의 정서,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서사 중심의 성장 서사를 강조한다. 원작에서는 다소 도구적이던 주변 인물들이 드라마에서는 각자의 서사와 상처를 가진 인물로 재구성된다. 미스터리, 서스펜스, 오컬트적 기운을 더하며, 단순히 ‘복수극’에서 벗어나 다층적 스토리라인을 가진 드라마로 확장되었다.

사필귀정, 통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드라마는 결국 “사필귀정(事必歸正)”, 즉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품는다. 하지만 이 정의는 결코 단순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다. 인간은 실수하고, 잘못 사랑하고, 잘못 우정을 믿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극복하며, 결국 진심을 분별해 낸다.

특히 인상적인 건, 여성 간의 관계에 대한 재해석이다. 단순한 여자 vs 여자의 질투가 아니라, 우정이 어떻게 왜곡되고 파괴되는지, 그 이면에 깔린 불안, 경쟁, 인정욕구까지 섬세하게 다뤘다. 이는 오늘날 많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저건 내 이야기다”라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결혼과 사랑, 그 경계 위에서

드라마는 말한다. 연애는 감정이지만, 결혼은 선택이고 책임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누구였는가, 누구와 함께였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결국 이 이야기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한 여성이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랑과 증오, 우정과 배신, 진심과 위선의 경계를 넘나 든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 줘’는 원작의 강렬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보다 입체적인 인간 드라마로 확장되었다. 원작은 스낵처럼 빠르게 읽히는 사이다였다면, 드라마는 천천히 음미하며 씹을수록 다양한 맛을 느끼는 요리 같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막장을 넘어,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특히 여성들의 고민과 현실을 반영한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본다. 결국 복수는 통쾌해야 하지만, 그 안에 깊이와 의미가 있어야 오래 남는다.